하늘의 삶을 살고 싶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언제나 일상이다 ‘띵똥띵땅 띵따라라다다……’ 끊임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여기저기서 못 찾아 안달이다. 조용히 묵상 좀 해볼라치면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정신이 쏙 빠진다. 늘 강직할 것만 같던 어머니의 수술 앞에 이쪽 가정에선 딸이지만 저쪽 가정에선 며느리이기에 마냥 이기적일 수도 없다. 목회자의 아내이지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다.
싱크대 앞, 사유의 지평이 열리는 공간 수고하고 무거운 짐 보따리 일상이 가벼워지는 곳, 하이힐과 정장을 벗어 던지고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이면 훌륭한 이 곳, 싱크대 앞은 저자의 성소(聖所)다. 저자는 이 ‘솥뚜껑 운전수’의 자리를 사랑한다. 노동이나 노력이 ‘공로’가 되지 않을수록 본래의 나와 더 가까운 법. 저자는 이런 자기만의 비밀 신공이 깃든 싱크대로 흔쾌히 초청한다. 글을 읽는 독자들도 무거운 짐 한 보따리 내려놓으시라고. 초대받은 독자들은 저자의 성소에서 손바닥만 한 다육이 식물이 깊은 안도감으로 감싸 안아 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겨울, 봄, 다시 찾아온 여름 이 책은 저자의 단편적 일상들이 각 계절로 나뉜 네 개의 부를 통해 소개된다. 나에게도 있을 법한 일, 마음속에만 담아 두어 뭐라 꺼내야 할지 모르던 저 심연의 소리들이 저자를 통해 다시 회자된다. 한 사람의 그저 소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이리도 위로가 될 수 있다니. 청포도 한 움큼 쥐어 얼음 몇 개와 함께 믹서에 돌린다. 인위적이지 않은 시원한 맛에 지금이 여름이구나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나의 일상을, 나조차 의미 두지 않던 한여름의 어느 날을 기록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에서 진짜 깊이 있는 묵상, 영원에 잇댄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건 저자의 성소에 초대받은 우리도 더불어 누리게 될 기쁨이랄까.
_이런 분들에게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을 권합니다. ● 밥은 매일 차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새댁에게 ● 소란스러운 아이들 틈에서 가사에 힘쓰는 주부에게 ● 바깥일 하랴 집안일 하랴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란 워킹 맘에게 ● 부쩍 주름이 많아진 부모님을 바라보는 딸에게 ● 편한 듯 편치 않은 시부모님과 정을 나누는 며느리에게 ● 성도도, 목회자도 아닌 자리에서 신앙하려 힘쓰는 교회 사모님에게 ● 그리고, 일상을 영원에 잇대어 사는 이 땅의 모든 아줌마에게
들어가는 글
가을 1장 일상愛 천상에 2장 아버님의 소주잔 3장 이야기 정거장1 4장 사모이기 전, 인간 5장 내 인생 단 한 번의 수련회 6장 닌텐도 고민 7장 엄마의 미안한 육체
겨울 8장 ‘아직도 가야 할’ 엄마의 길 9장 내 아들의 일기를 묵상함 10장 기도보다 울컥한 따신 밥 한 끼 11장 레위인 콤플렉스 12장 누구를 위하여 성탄의 종은 울리나 13장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14장 육적인 인간, 영적인 커피에 상처받다
봄 15장 하나님께는 손주가 없다 16장 딸의 입학식에 꺼내 본 오래된 일기장 17장 잃어버린 노래, 어린이 찬송 18장 질문, 의문, 좁은 문 19장 이야기 정거장2- ‘아롱지고 다롱지다’ 20장 5월 5일과 8일, 둘 사이에 끼었으니 21장 주름 자글자글 여대생들
여름 22장 사춘기, 사추기 23장 나의 페이스북 회심기 24장 밥하는 아내, 신문 보는 남편 25장 나의 성소, 싱크대 앞 26장 어느 모태 바리새인의 회심 27장 기도의 길을 찾아서 28장 이 거룩한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