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덮었으나 내 마음엔 뜨거운 한 구절이 남았다!”
책장을 사뿐히 타고 넘어와 이내 삶의 갈피에 켜켜이 스며든 구절을 모아
꽃묶음인양 엮은 박총 엔솔러지
책 안 읽는 시대, 책에 집중하기 힘든 시대에 마음에 ‘불을 지르고’, 인생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문장들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그럼에도 시와 문학, 인문, 사회, 생태, 문화, 미학은 물론 타종교의 책갈피에서 건져올린 은어처럼 빛나는 구절들을 하나로 묶은 이 책은 분명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맞춤한 선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는 설교 메시지뿐만 아니라 노조원의 연설에서도, 신학서적만큼 사회과학서적에서도, 고전만큼 만화책에서도, 찬송가만큼 가요에서도 ‘은혜’를 받는 저자의 예민한 감성이 독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살폈기 때문이리라.
성 프란체스코의 잠언에서 네루다의 시까지, 권정생의 산문에서부터 루시드 폴의 노랫말까지 다양한 분야의 구절을 담은 이 책은 삶의 갈피를 잃고 헤맬 때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해줄 빛나는 삶의 이정표다. 저자가 현재 ‘복음주의권 글쟁이’에서 ‘일상의 영성 작가’와 강사로 외연을 넓히며 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날 그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들어할 때 만났던 노리치 줄리언의 <신의 사랑의 계시>에 담긴 한 줄의 문장이었다. “네가 나의 마음에 드는 길, 내가 너를 사랑하기 원하는 길은, 너의 모든 결점과 결함을 가지고 지금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란다.” 그는 이 구절을 통해 결함을 지닌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길 바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방식을 자신이 애써 거부했음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다시 살 힘과 뜨거움을 얻었다. 또한 초대교회 신도들의 규례집인 《디다케》의 “너의 소유를 나누고, 어떤 것도 네 것이라고 주장하지 말라” 앞에서는 불의한 부의 분배가 일반화된 오늘의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었다. 인생의 변화는 단 한 문장에서 촉발 할 수 있음을, 또 이는 그를 위한 혁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이자 뜨거움이다.
끊임없는 성찰 속에 피어난 영성의 빛을 모아 한 권에 응축시킨 각각의 ‘한 구절’은 독자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책 속으로
이 책은 편당 한두 장을 넘지 않는 짧은 호흡의 글밭이지만, 여기 실린 인용구와 단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뭇 묵직하다. 싱그레 웃게 하다가도 격한 탄식을 내뱉게 하고, 유쾌한 글맛에 젖게 하다가도 성글지 않은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바라기는 이 책이 날마다 삶을 담글 수 있는 욕조로 쓰이면 좋겠다. 하루에 한두 점씩 읽으며 여러분의 생활에 밑줄을 그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꼭 한두 점일 필요는 없지만 울림을 자아내는 구절이 나오면 거기서 멈추고 내일을 위해 아껴두면 좋겠다. 단번에 후루룩 흡입하는 분들을 말릴 순 없겠지만 저자로서는 이 책이 매일 적당량을 찬찬히 곱씹을 수 있는 묵상집으로 쓰이기를 바란다. _9쪽
초대교회 신도들의 윤리생활 및 전례의 제반 규정에 관한 중요한 문헌인 《디다케》의 한 대목에 의하면,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무엇을 나누는 것은 자기 것으로 선심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본디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부의 분배가 철저하게 불의하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나보다 약한 이들의 몫을 뺏으며 사는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이 놀라운 가르침은 더욱 크게 울려 퍼져야 한다. (…) 구제는 없다. 모든 나눔은 우리가 진 빚을 장기 상환하는 것일 따름이다. _48-49쪽
기독교 신앙이 애초에 하늘과 땅, 영혼과 육체, 복음과 상황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듯, 축제로서의 일상과 의무로서의 일상의 긴장 사이에서 때로는 위태하고 때로는 스릴 만점인 파도타기를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간결하면서도 풍성하고, 단단하면서도 창조적일 수 있으리라. _169쪽
저도 제 안해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미국 코스타(KOSTA, 국제복음주의학생연합회) 집회 강의가 끝나고 한 청년이 다가와 “전도사님은 어떤 분을 가장 존경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희 안해요”라고 답한 게 문득 생각납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녀를 존경합니다. 당신과 나는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지만, 적어도 이 대목에서는 통했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제 안해가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기도할 적마다 홀로 된 당신 아내의 이름을 제 입술에 올리겠습니다. _169쪽
서문
1 시든 꽃에 반하다
나를 즐기렴 ˙ 016┃시든 꽃에 반하다 ˙ 018┃하찮기에 더 소중한 ˙ 020┃내게 온 이 하나만큼은 ˙ 023┃거절만큼 절박한 요청이 있으랴 ˙ 025┃가식적인, 아니 가시적인 ˙ 027┃참 즐거움의 색은 초록 ˙ 030┃믿지 않되 존중하는 ˙ 032┃공손히‘살 보시’를 받다 ˙ 033┃그분이 손수 짠 무늬 ˙ 035┃노동과 미학이 얼싸안을 때 ˙ 038┃헌신보다 향유가 먼저다 ˙ 041┃‘나’가 아니라‘우리’로 ˙ 044┃하나님의 동문서답 ˙ 045┃구제는 없다 ˙ 048┃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다 ˙ 050┃늘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 ˙ 054┃온 세상 vs. 단 한 명 ˙ 056┃바람의 애무 ˙ 058┃고통을 시로 바꾸는 연금술사 ˙ 059┃나의 살던 고향은 ˙ 061┃가혹해서 아름다운 행복론 ˙ 064┃사랑하면 죽는다 ˙ 065
2 시시한 삶을 고르다
나태함의 두 얼굴 ˙ 068┃둠벙을 만드는 그리스도인 ˙ 069┃게으름은 천부인권이다 ˙ 072┃제 숨을 쉬며 걷는길 ˙ 074┃오죽하면 하나님이 한숨을 돌리셨을까 ˙ 076┃안식을 향한 열망 ˙ 078┃두려움의 부재와 과잉 사이 ˙ 080┃입맞춤 하나 지니고 살리 ˙ 084┃말보다 꽃 ˙ 086┃강함은 관계에서 나온다 ˙ 089┃우리는‘복수형단수’로 존재한다 ˙ 090┃본디 천박한 은혜 ˙ 094┃신이 날 사랑하는 방식 ˙ 097┃죽음에서 피워낸 경제학 ˙ 100┃향유가 생태다 ˙ 102┃그 집에 가고 싶다 ˙ 103┃잔인한 소속감 ˙ 104┃시시한 삶을 고르다 ˙ 106┃한국 교회에 가장 절실한 가르침 ˙ 108┃폭풍보다 센 빈풍貧風 ˙ 111┃가장 무서운 말 ˙ 112┃광장으로 가신 예수 ˙ 115┃신이 기도에 응답하는 방법 ˙ 120┃도리도리가 먼저다 ˙ 122┃병든 육체와 함께 구원을 기다리다 ˙ 124
3 신발 끈 매는 걸 보러 가다
쥐와의 동침 ˙ 128┃이야기로 영생하다 ˙ 132┃예수에 대한 의리 ˙ 133┃스스로 살 수 없는 하나님 ˙ 135┃사라지게 두라 ˙ 138┃방언보다 방귀 ˙ 140┃출애굽은 모든 나라의 경험이다 ˙ 142┃세상 모든 주부에게 ˙ 145┃신발 끈 매는 걸 보러 가다 ˙ 150┃책 읽기의 회심 ˙ 152┃전쟁을 부르는 경제 ˙ 156┃유목이라는 전쟁기계 ˙ 160┃하늘에 뿌리내린 자들 ˙ 163┃축제연출가 하나님 ˙ 165┃꿀 타지 않은 일상 ˙ 168┃뿌리가 부끄럽다 ˙ 170┃생활과 신앙이 하나였던 시절의 기도 ˙ 173┃왜곡된 모정 ˙ 178┃넌 작아지니? 난 커지는데! ˙ 181┃획일성의 저주 ˙ 184┃가까운 벗이 위인이다 ˙ 186┃귀여운 교인 ˙ 192┃불안은 나의 양식, 약함은 나의 음료 ˙ 194┃도시에 사막을 일구라 ˙ 195┃걷기는 배타적이다 ˙ 196
4 시적이지 않은 혁명은 가라
창녀가 집전한 성찬 ˙ 202┃두 번째로 위대한 기도 ˙ 207┃신분 상승의 욕망을 버려라 ˙ 209┃낮은 자들과의 연대 없는 예배 ˙ 211┃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 ˙ 214┃이런 어머니 안 계십니까 ˙ 216┃따끔함과 따스함 ˙ 218┃시적이지 않은 혁명은 가라 ˙ 220┃행동이라는 이름의 묵상 ˙ 222┃대책 없는 예수의 윤리 ˙ 226┃배고픈 파시스트보다 배부른 돼지이기를 ˙ 230┃구하고 받은 줄로 믿었던 사람 ˙ 233┃진정한명문가 ˙ 236┃무균질 가정에 때를 묻혀라 ˙ 238┃고통을 환기시키는 사람 ˙ 241┃죽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 243┃사랑으로 통하다 ˙ 248┃신앙까지 때려잡은 반공 ˙ 249┃반토건 성경 ˙ 251┃골리앗을 넘어뜨린 투표지 ˙ 254┃선교가 선교를 막다 ˙ 256┃신앙의 반미주의자들 ˙ 259┃세상의 고통에 대한 예의 ˙ 263┃요한과 김어준 ˙ 266
5 끝없이 패배하는 삶을 한없이 긍정하다
개길 수 없으면 은혜가 아니다 ˙ 270┃무엇을 준대도 놓치고 싶지 않은 ˙ 274┃아이는 윤리의 창시자 ˙ 276┃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자유 ˙ 278┃불순함의 옹호자 예수 ˙ 280┃단 한 잔의 술 ˙ 282┃죽임당한 미의 하나님 ˙ 284┃뉴턴의 만유인력, 힐데가르트의 성인력 ˙ 287┃변두리 성자의 태극권 ˙ 290┃본회퍼의 방법적 회의 ˙ 293┃백년해로의 급진성 ˙ 298┃연약한 자 사이로 그분을 따라가다 ˙ 301┃말랑한 감사가 철옹성을 무너뜨린다 ˙ 304┃아버지 됨의 영광과 고통 ˙ 308┃저녁을 놓치면 모든 것을 놓친 것 ˙ 312┃악하디 선한 ˙ 316┃예수에게 베팅하라 ˙ 320┃제로섬과 윈윈 게임 ˙ 322┃타락한 회심을 회심케 하라 ˙ 326┃똥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으랴 ˙ 330┃내가 원하고 선택한 삶 ˙ 334┃부디 달라지지 마라 ˙ 337┃스스로 제한하는 은혜 ˙ 340┃거룩한 바보의 길 ˙ 343┃감각의 제국 ˙ 347┃승인된 욕망 ˙ 351┃끝없이 패배하는 삶을 한없이 긍정하다 ˙ 354┃읽지 않아도 괜찮아 ˙ 358
감사의 글
인용 출처
인생에는 혁명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 혁명은 인생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영혼을 아름답게 한다. 이 책은 독서의 과정 속에서 인생에 혁명을 일으킨 구절들에 대한 성찰의 영성적 빛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문장의 한 구절에서 인생의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영성의 강을 건너야 하는지 고요히 깨닫게 되었다. _정호승, 시인
하늘의 숨결은 좀 야하다. 너와 나 사이를 무람없이 오가며 우리를 한 몸으로 만드니 말이다. 길에서 만난 벗의 ‘덩’ 장단에 다른 벗이 ‘더꿍’ 화답한다. 이제는 우리가 ‘얼쑤!’ 추임새를 넣으며 어깨춤을 출 차례가 아니겠는가. 박총이라는 가인이 있어 참 좋다. _김기석, 청파교회 담임목사
나를 즐기렴, 시든 꽃에 반하다, 시시한 삶을 고르다, 폭풍보다 센 빈풍貧風. 예사롭지 않은 깊은 문장이다. 쉽게 한 장 넘길 수 없는 이 책이 주는 상상력은 혁명의 잉걸불이다. 박총 선생이 고른 시 한 편, 글 한 행을 현미밥 먹듯 꼭꼭 씹어먹는다면, 그 누군가의 실존에 보이지 않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곰삭혀 읽으신다면 늪을 기어가는 단독자의 행복한 나날을 악착같이 누리실 것이다. _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이 세상에 대한 자기도취 없는 연민, 이 세상에 대한 의로우나 난폭하지 않은 분노, 모래알처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랑까지, 이번에도 박총답다. 그러므로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이 ‘글귀 낚는 어부’의 책에서 위로를 얻을 것을 보증한다. _김현진,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