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현존하는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메릴린 로빈슨의 에세이
그녀가 이야기하는 현대 사회, 과학, 종교, 신앙, 그리고 경이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현존하는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메릴린 로빈슨의 에세이. 단순한 에세이 모음집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지적 빈곤과 영적 공허에 대한 강력한 고발장이자, 동시에 그리스도교 전통의 풍요로운 자원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야심찬 시도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한편으로는 계몽주의의 후예로서 이성과 과학적 탐구의 가치를 옹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계몽주의 프로젝트가 종종 인간 존재의 신비와 초월성을 말살시키는 결과를 낳았음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러한 긴장은 이 책에 수록된 글 전반에 걸쳐 생산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칼뱅주의자’를 자처하는 로빈슨의 칼뱅에 대한 해석이다. 흔히 냉혹하고 비인간적이라고 오해받는 칼뱅의 사상에서 그녀는 인간의 존엄성과 우주의 신비에 대한 경외심을 발견한다. 로빈슨이 보기에 그의 사상은 현대 그리스도교가 자주 빠지곤 하는 값싼 감상주의, 얄팍한 도덕주의, 천박한 반지성주의와는 거리가 먼, 지적으로 정직하고 영적으로 충만하며, 윤리적인 측면에서 관대하고 열려있는 신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언뜻 이러한 시도는 향수 어린 과거로의 회귀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로빈슨은 그런 길을 택하지 않으며 오히려 전통과 현대성 사이의 창조적 대화를 모색한다. 이를테면 그녀는 현대 물리학의 발견들이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형이상학과 놀라운 접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과학과 신앙 사이의 피상적 화해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대화의 시도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관하여』에서 ‘주어진 것들’은 그 자체로 현대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자율성과 자기 결정 신화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다. 이 개념을 통해 그녀는 일관되게 우리의 존재와 의식, 그리고 세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선물'로서 주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신학적 주장을 넘어, 현대인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으며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 능력주의 흐름을 거슬러 그녀는 상호의존성과 공동체적 책임의 가치를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관하여』는 단순한 문학 작품이나 신학 논문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지적, 영적 위기에 대한 심오한 진단이자, 동시에 그 극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여정의 기록이다. 현대 그리스도교 지성이 어떻게 자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동시에 현대 세계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탁월한 본보기기도 하다. 그리스도교인과 로빈슨의 글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대성의 딜레마에 진지하게 직면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과 풍부한 영감을 줄 것이다.
| 책 속으로 |
문화에 대한 비관주의는 언제나 등장했다.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런 비관주의에 빠질 근거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비관주의는 이 세계가, 우리 인간이 품고 있는 이상, 가능성을 깎아내린다. 때로 비관주의는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와서, 심각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끔찍한 해결책에 골몰하는, 집단적인 혼란 상태를 조장한다. 어떤 문화 속에서, 혹은 시대를 살아가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있다면, 그건 비관주의가 힘을 발휘할 때다. ---p. 47.
이른바 문화 충돌, 대치가 일어난 결과 ‘그리스도교인’이라는 말은 ‘어떤 윤리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보다는 ‘인구통계 상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다. 두 말이 완전히 다르다면 그건 과장이겠지만, 양립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옛 그리스도교 세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들이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름만 ‘그리스도교인’인 이들이 자신의 문화와 문명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걸어 무슬림과 대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바 그리스도교 세계가 이슬람 세계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건 이슬람교 때문이 아니다. 그건 그 세계에 속한 이들이, 자신이 더는 믿지 않는 신념 체계에 기반을 둔 문화와 문명을 수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부족주의가 얼마나 커다란 유혹인지를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 준다. ‘나’와 ‘너’를 가르는 선을 분명하게 그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그 선을 중시하고, 그 선이 흐릿해지거나 지워지면 흥분하고, 분노한다. 그런 식으로 인류는 ‘나’, 혹은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탄압하고 해쳤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를 망각하고 미친 짓을 반복한다. ---p. 158-159.
신앙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인간의 의식이라는 무대에서 때로는 이상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종교가 늘 비판적 검토가 필요함을 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신앙에 덧붙이거나 신앙을 왜곡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개혁 과정에서도 우리는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겸손히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종교에 대한 비판이 종교를 완전히 부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갈 수는 없다. 종교의 핵심은 한 사람의 고유한 영혼이 자비로운 하느님과 만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느님의 은총이다. 이 은총은 너무나 크고, 너무나 깊어서, 우리 인간이 그 옳고 그름을 따지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누구의 신앙 방식이 맞는지, 누구의 깨달음이 틀린 지를 열심히 따진다 하더라도 자비로운 하느님의 시선에는 그 일이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p. 309.
우리는 ‘이성적’이어야 한다면서,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우리 경험을 보는 틀을 좁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이렇게 좁게 된 틀에서도 신비로운 것이나 영적인 것이 보일 때가 있고, 그때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을 쏟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우리의 관심을 잘못된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우리 일상도 특별한 것들,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을 그저 당연히 여기고 지나쳐 버린다. ‘현실적인 태도’가 오히려 진짜 현실,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현상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p.452.
1. 인문주의
2. 종교개혁
3. 은총
4. 종이 된다는 것
5. 주어진 것
6. 각성
7. 쇠퇴
8. 두려움
9. 증거
10. 기억
11. 가치
12. 형이상학
13. 신학
14. 경험
15. 아담의 아들, 사람의 아들
16. 한계
17. 현실주의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하나. - 선데이 타임스
미국의 가장 위대한 그리스도교 문필가 – 텔레그래프
초월적인 것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사람은 메릴린 로빈슨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주장을 특별한 방식으로, 우아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그녀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일 뿐 아니라 진부한 생각들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명료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지닌 사상가다. 그녀는 독자의 환심을 사려 하지 않는다. 눈부신 통찰력과 타협 없는 태도로, 현대 사회와 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할 뿐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 신앙, 과학, 이성에 대한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남긴 책으로 남을 것이다. - 로완 윌리엄스(신학자, 『상처입은 앎』, 『신뢰하는 삶』의 지은이)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복잡한 문제들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생각할 가치가 있는 것들도 짧은 구호나 캐치프레이즈로 대충 넘기려 하는 조급한 문화에 빠져있는 것을 치료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다. ― 도리스 레싱(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초원은 노래한다』, 『다섯째 아이』의 지은이)